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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하던 2007년 즈음에는 소셜 미디어가 CPI 캠페인의 초기 원동력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광고 네트워크들이 빠르게 생겨나고 성장했습니다. CPI 캠페인을 도입한 최초의 플랫폼 중 하나는 다름 아닌 페이스북이었습니다. 사용자가 페이스북 광고를 게시한 광고주의 앱 설치 배너를 클릭하고 앱을 설치하면,  광고주가 페이스북에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곧 인기를 끌었고, 앱 광고주 입장에서는 CPC나 CPM보다 확실하게 앱 사용자를 늘려주는 CPI를 선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순히 앱 설치 수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 CPI 캠페인들이 시장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유입 이후의 ROAS나 유저 이탈 여부는 중요하지 않게 여기던 시대였습니다. 마케터들의 주요 KPI는 다운로드 수, 신규 유저 수(New Registered User, NRU), MAU, DAU를 늘리거나 유지하고, CPI는 낮게 유지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앱스토어들의 순위 노출 방식과 맞물려 강제로 앱 순위를 올리는 차트 부스팅(chart boosting)은 (특히 게임 앱 런칭 시) 중요한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간주되었습니다. 

한편, CPI 캠페인은 단순히 배너 광고를 게시하는 단계를 넘어 오퍼월(offerwal) 형태의 보상형 CPI (incentive CPI)로도 진화했습니다. 즉, 사용자가 광고를 본 후 앱을 설치하면 일정한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 생겨났습니다. 글로벌에서 탭조이(Tapjoy) 등의 애드 네트워크가 인기를 끌었고, 한국에서도 몇몇 회사들이 보상형 앱 설치 광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CPI 과금 모델을 제공하는 애드 네트워크들의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부 매체들은 SDK 삽입을 통해 연동을 하는 방식으로 어트리뷰션 정확도를 높이거나, 동영상 특화 지면을 제공하는 등 차별화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CPI 애드 네트워크들은 물량이나 품질 면에서 크게 차이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급으로 매체들의 품질을 나눌 수는 있어도, 기본적인 원리와 운영 방식은 모두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난히 다운로드 물량이 기적적으로 잘 나오는 몇몇 매체가 나타났습니다. 이 매체들은 앱 카테고리와 캠페인 시기에 상관없이, 그것도 낮은 단가에 대부분의 앱 광고 캠페인을 운영해주었습니다. 그러고도 다운로드 수를 일정하게 높게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매체의 품질이 높다거나 매체 담당자들의 헌신적인 운영 덕분에 좋은 성과가 나오는 줄 알았던 광고주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상을 까보니 이러한 매체들을 통해 발생한 다운로드는 기계적인 패턴을 보이거나, 인앱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등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즉, 다양한 프로드를 통해 만들어낸 성과였던 것입니다. 인스톨 관련 프로드는 점차 진화했고, 이를 둘러싼 광고주들과 매체, 대행사들의 논쟁과 피로도도 높아져갔습니다. 매월 말 정산을 할 때마다 프로드로 인해 정산에서 제외하는 물량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던 매체도 있었습니다. 

결국 좁은 한국 시장 내에서도 몇몇 매체들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수상한 트래픽을 만들어내는 매체들에 대한 의심과 문제제기가 공공연히 행해졌습니다. 이와 동시에 CPI 과금 모델이 지니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한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CPI보다는 CPA가, CPA보다는 LTV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점 더 확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앱 광고주들에게 중요한 건 사용자가 앱에 들어와 얼마만큼의 가치를 창출하는지였기 때문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CPI 트래픽은 점차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물론 오늘날에도 CPI 캠페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앱 캠페인의 KPI를 앱 다운로드 이후의 시점으로 잡는 일이 기본이 되었고, 거대 SRN은 물론 애드 네트워크들도 과거 CPI 상품의 인기를 대체할만한 다른 모델들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애드 네트워크 업체들은 과거 운영 방식의 한계를 느끼고 마케팅 매체 운영을 대행하는 에이전시로 리브랜딩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진출해있는 대부분 글로벌 애드 네트워크 회사들은 한국에 상주하는 직원 수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애드 네트워크들이 한국 지사를 축소하고, 아시아 여러 나라에 흩어져있던 운영팀들을 한 나라로 통합하는 등의 변화는 2018년 무렵부터 나타났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3월까지 애드 네트워크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놀라울 정도입니다. CPI 과금 모델은 한 시대를 풍미한 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3-4년 후 애드 테크 시장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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