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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케터지만 마케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케팅 일은 젊어서 한 번쯤 경험하고 배워볼 만한 직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혹은 한 기업 안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더라도, 마케팅을 안다는 건 큰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잠시 여러분의 인생 최종 목표를 떠올려보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어떠한 종류든 마케팅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해야 할 일이 과연 한 번도 없을지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전혀 다른 직무로 평생을 일하다가 치킨집을 차리든, 회사를 때려치고 유튜버가 되든 간에 수익을 내려면 마케팅은 어쨌든 필요합니다. 배달 앱 내 지면 광고에 배너 광고를 하든, 페이스북 광고로 관심사 타겟팅을 하든, 검색 최적화로 블로그 유입자 수를 늘리든 등 목적과 형태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 마케팅으로 귀결됩니다.

 

이전 글에서는 퍼포먼스 마케터의 하루가 얼마나 고달픈지를 다뤄봤습니다. 글 말미에도 썼듯 일부러 특정 업계나 회사의 상황을 암시하지 않기 위해 일반화해 쓰다보니 그 고달픔이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퍼포먼스 마케터라는 직업이 큰 그림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근거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물론 여기에 쓰는 내용은 회사 바이 회사, 팀 바이 팀, 사람 바이 사람으로 다를 수 있습니다. 

 

1. 낮은 진입장벽 

퍼포먼스 마케터로 취업하기가 결코 쉽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타 전문 직군에 비해 퍼포먼스 마케팅 직무는 사람을 뽑을 때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개발 직군의 경우 개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지원이 가능합니다. 회계나 재무 쪽은 경험까지는 아니어도 관련 전공을 공부했어야 지원이 가능합니다. 인사팀이나 기획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오늘날 퍼포먼스 마케팅을 제대로 가르치는 대학은 어차피 없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는 사설 교육 기관에서 강의를 들어 지식을 쌓거나, 아니면 취직 후 회사에서 하나씩 기본기를 배워나가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있는 퍼포먼스 마케터들의 학부 전공은 정말 천차만별입니다. 인턴 경력 조차 전무한 신입으로 시작해 회사에서 일을 배우며 성장하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그만큼 초기 진입 장벽이 낮고, 본인의 의지와 열정만 있다면 일단 도전을 해보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 직무입니다. 

 

2. 데이터 분석력 

퍼포먼스 마케터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로부터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일을 수행하게 됩니다. 요즘 시대에 데이터를 보는 일, 그리고 분석하는 일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하면 거의 모든 경우에 지표가 정량적이고 측정 가능하므로, KPI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단계별 전략을 짜는 일에 익숙해집니다. 또한 마케팅 성과를 분석하고, 이를 시각화하여 자료로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발표하는 과정에서 분석력, 논리력, 전달력 등이 향상합니다. 추후 마케팅 직군을 떠나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이때 쌓아둔 데이터 분석 능력 및 업무 설계 방식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빠른 성장 가능성 

퍼포먼스 마케팅을 포함하는 애드 테크 분야는 그 역사 자체가 짧습니다. 업계에서 퍼포먼스 마케터로 활동하시는 분들을 보면, 불과 20대 중후반의 나이에도 팀장 직함을 달고 팀을 이끄는 분들도 종종 마주하게 됩니다. 그만큼 실무 능력만 잘 쌓는다면, 빠른 성장과 빠른 승진이 가능한 분야입니다.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이 5년을 일해도 대리 직함을 달까말까 한 때에 실력 있는 퍼포먼스 마케터들은 불과 3-4년 차에도 팀장 직함을 달기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직함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실무 능력을 빠르게 쌓고 한 팀의 사람들을 이끄는 경험을 젊은 나이부터 수행해볼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한 업계에서 빠르지만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은 욕심이 있는 분이라면 퍼포먼스 마케팅 직무를 수행하는 일이 나쁘지 않은 선택지인 이유입니다. 

 

4. 유연한 확장 가능성

서두에도 썼듯 퍼포먼스 마케팅은 다른 일에 써먹기 좋은 스킬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를 다니면서 부업으로 돈을 벌고 싶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스마트스토어 셀링을 하든,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든, 재능 마켓에 등록해 자신의 재능을 팔든 간에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남들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채널과 구체적인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하며 디지털 마케팅의 생리를 한번 이해하고 나면, 플랫폼이 달라져도 기본 원리와 맥락은 유사함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추후 퇴사를 하고 창업을 하거나, 지인의 사업을 도와주는 일 등이 생기더라도 퍼포먼스 마케팅은 아주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과 같은 무한 경쟁의 시대에는 프로덕트나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이를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려야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 글에도 썼지만 마케터로 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이유로 저는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직무 자체가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고, 충분히 나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볼 만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왕 마케터가 될 거라면 (또는 이미 마케터로 살고 있다면), 이를 통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인지, 자신의 인생 최종 목표에 어떻게 적용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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