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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스 해킹', '그로스 해커'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던 때는 2015년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로스 해커라는 직업을 가진 분을 만난 일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이 단어를 구글 검색창에 검색해봤지만, 검색을 통해 얻은 정보만으로는 이 직무가 잘 이해되지 않았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그로스 해킹은 특정한 행위보다는 포괄적인 사고 방식을 가리키며, 현실 세계에서 다양한 형태와 사례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잠시 위키 백과에 나온 그로스 해킹의 정의를 살펴보겠습다.

 

창의성, 분석적 사고, 소셜 망을 이용해 제품을 팔고, 노출시키는 마케팅 방법

 

그로스 해킹의 심오한 세계를 정의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단어의 나열에 불과하지만, 몇 가지 단서가 될만한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창의성''분석적 사고'입니다. 이를 그로스 해커라는 단어의 뜻과 연결해 풀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창의성과 분석적 사고를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고(해킹), 성장(그로스)을 견인하는 사람

 

이렇게 단순한 설명으로는 역시 정의가 잘 와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신 그로스 해커에게 필요한 자질을 토대로 풀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1. 브랜드의 성장을 도모하는 비즈니스 전략 기획 능력 

2.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및 혁신적 이론 설계, 테스트 능력 

3. 기존 관행,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 및 문제 제기 능력

4. 3번을 뒷받침하는 데이터 독해력 및 인사이트 도출 능력

5. 실행 과정에 대한 검증과 추적, 측정 및 평가 능력 

6. 새로운 성장 동력, 방법, 기술적 과제를 찾고 이행하는 능력

7. 성장에 필요한 리소스를 효과적으로 계획하고 분배하는 능력

 

그로스 해킹은 마케팅 방식의 하나로 설명되거나 마케팅 업무의 연장처럼 이해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로스 해킹의 핵심은 유연하고 빠른 성장으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방법을 찾고 수단을 강구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그로스 해커들은 마케팅을 넘어 비즈니스 전반을 이해해야 하며, 때로는 마케팅 외적인 수단과 리소스를 동원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가 만나고 이야기해본 그로스 해커들은 개발자 수준의 기술 지식을 지닌 분들도 있었고, 데이터 독해력과 분석력, 프로덕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분들이었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그로스 해커들은 퍼포먼스 마케팅 외에도 사업 전략, 프로덕트 마케팅, UI/UX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를 함께 공부하고 고려합니다. 

 

그렇다면 퍼포먼스 마케팅과 그로스 해킹의 차이점을 조금 더 정교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과 그로스 해킹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꽤나 다른 개념입니다. 두 분야의 특징과 직무적 자질에는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도 있지만, 그로스 해킹이 조금 더 포괄적인 성격을 지닙니다. 결정적으로, 그로스 해킹은 위에도 쓴 것처럼 일종의 사고방식이나 태도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마케팅의 한 종류이며,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 퍼포먼스 마케팅과는 다른 관점에서 봐라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편, 분석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디지털 매체를 중심으로 성과 위주의 캠페인을 전개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사실 운영하는 사람에 따른 편차가 있습니다. 똑같은 예산으로 똑같은 매체를 사용하더라도, 매체별 예산 비중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미디어 믹스), 최적화 방식과 타이밍을 어떻게 잡는지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광고 매체를 사용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성과를 분석하고, 이로부터 도출한 인사이트에 기반해 다음 마케팅 방향을 수립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잘 하는' 일은 아닙니다. 

 

이러한 편차를 줄이기 위해 매체들은 점점 더 자동화 비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일례로 구글 UAC 등장 이전의 구글 광고 설정 방식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이 말에 크게 공감하실 겁니다. 머신 러닝에 기반한 타겟팅, 캠페인 설정, 자동 A/B 테스트 분할 캠페인 생성, 자동 동영상 소재 생성 등 운영하는 사람의 실력에 상관없이 캠페인 성과를 보장할 수 있는 기술들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고, 앞으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먼 미래에는 퍼포먼스 마케터라는 직업 자체가 사라지고 모든 매체가 알아서 광고를 생성하고, 설정하고, 최적화하는 광고 기술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두 직무를 묶어서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라는 직무가 지닌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는데 그로스 해킹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자라도 기계처럼 빠른 속도로 수많은 캠페인을 동시에 만들고 최적화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한 매체 운영, 데이터 분석을 넘어 성장 위주의 사고 방식과 창의성을 장착해야 한 단계 높은 차원의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위에 쓴 그로스 해커의 7가지 자질을 참고해 본인의 실력을 업그레이드할 때, 퍼포먼스 마케터들도 대체 불가능한 마케터로서의 입지를 공고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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