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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 다뤘듯 퍼포먼스 마케터는 직업으로써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낮은 진입 장벽과 빠른 성장 기회, 마케팅 경험치 획득 등의 이유를 들었었는데요.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퍼포먼스 마케터 취업을 고민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취준생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모아 신입 퍼포먼스 마케터로 취업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목차
1. 퍼포먼스 마케터 인턴으로 경험 쌓기
2. 퍼포먼스 마케터로 바로 취업하기
3. 퍼포먼스 마케터 연봉 관련 정보
4. 퍼포먼스 마케터 취업 전 주의할 점
퍼포먼스 마케터 인턴으로 경험 쌓기
대학교 졸업과 함께 취업을 준비하면서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대부분 회사가 사람을 뽑을 때 경력자를 선호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회사 실무와 직접 연결되는 대학 전공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신입이 경험을 쌓으려면 관련 회사에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는 뽑는 수가 워낙 적고 보통 근무 기간이 짧은 편입니다. 채용 공고를 내더라도 일반 지원자보다 현직자의 지인이 우선적으로 뽑히는 일도 많습니다. 운 좋게 채용이 되더라도 직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핵심 업무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취업을 하기 전까지 저도 이런 부분이 참 막막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인턴 신분으로 퍼포먼스 마케팅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가 아닌 대행사에 인턴으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일반 브랜드에서는 회사의 서비스나 프로덕트를 마케팅하는 중요한 자리에 인턴을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케팅 대행사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규모가 크지 않은 캠페인의 업무 일부를 인턴에게 떼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체 대시보드를 보고 데일리 리포트를 작성하는 업무는 눈과 손가락이 있는 사람이라면 약간의 연습을 통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매체 운영 역시 초반 설정이나 타겟팅 등은 초심자가 하기는 어렵지만, 기타 반복 업무는 신입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이용해 국내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에서는 대학생 인턴을 채용해 운영 업무를 보조시키는 경우가 꽤나 많습니다. 몇 개월 정도 운영 후 경험이 쌓인 인턴에게는 캠페인의 매체 하나, 심지어 작은 규모의 캠페인 하나를 통째로 맡기기도 합니다. (물론 광고주에게는 캠페인 담당자가 인턴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습니다. 그냥 신입이라고 포장하는 경우가 많죠.) 이 경우 인턴은 캠페인 성과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간에 어쨌든 퍼포먼스 마케팅 경험을 쌓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 기본 용어와 매체 종류, 간단한 운영 방법 등을 익힐 수 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으니 몇 가지 선택지가 생깁니다. 인턴으로 일한 대행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해 일할 수도 있고, 인턴 경험을 살려 브랜드나 게임사, 매체, 또는 다른 대행사에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대행사에서 일을 잘하면 고객사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러나 대행사에서 일하다가 브랜드나 게임사의 인하우스 마케터로 이직하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대행사 탈출만을 목표로 삼기 보다는 본인이 그리는 커리어와 관심있는 산업군 등을 모두 고려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좋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로 바로 취업하기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경험 없이도 바로 퍼포먼스 마케터로 취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장 빠른 방법은 퍼포먼스 마케팅 전문 교육 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한 후 채용 연계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은 다양하며, 이 내용은 꽤 길어질 것 같아서 별도의 포스팅으로 다루겠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아무리 실습을 했다해도 실제 마케팅 경험은 적다 보니, 작은 스타트업이나 대행사로만 취업이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역사와 규모가 있는 브랜드는 애초에 인턴은 물론 신입도 잘 안 뽑기 때문입니다.
마케터를 양성하는 전문 교육 기관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상당히 가격이 비쌉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돈을 내고 수강을 하는 이유는 취업에 앞서 실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과 채용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마케터를 구인 중인 회사에 면접을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코스를 직접 수강한 적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해 평가를 하지는 않겠지만, 제가 일하던 회사에서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신입들을 여러 차례 받은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때 들어왔던 신입들의 업무 적응 속도나 이해도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만, 어쨌든 아무런 경력 없이도 마케터 취업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교육 기관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개인적 노력이나 스터디 등을 통해 신입 퍼포먼스 마케터에 지원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분들은 기본적으로 영어 점수를 어느 정도 만들어 놓고, 애드 테크 업계 전반을 공부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과 노력이 있다면 구글 애즈 자격증과 구글 애널리틱스 자격증을 따두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이 자격증 자체가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는 아니며, 다른 조건이 갖춰졌다는 전제 하에 듣보잡 자격증보다는 위의 두 자격증이 낫다는 뜻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로 취직하는데 마케팅 공모전 수상 이력 자체는 그리 크게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마케팅에 대한 열정과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는 있습니다.
만약 퍼포먼스 마케터로 취업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면 사람인, 인크루트, 잡플래닛 등의 전통적 구인구직 사이트보다는 원티드를 활용할 것을 권합니다. 스타트업 퍼포먼스 마케터 채용 정보가 더 활발하게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현직자와 취업 준비생들을 연결하는 서비스들이 많아서(잇다, 링크드인 내 질문 기능 등) 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미리 접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은 스타트업 PR도 활발해서 자체 블로그나 SNS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무별로 현직자 인터뷰를 게시해놓는 곳도 꽤 많으니 한 번씩 검색해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에서 경영을 전공하고 마케팅 수업을 수강한 이력은 퍼포먼스 마케터 취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 자신도 비전공자고, 업계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들 중에서도 경영 전공자는 거의 못 본것 같습니다. 첫 직장을 다닐 때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했다는 동료가 있어서 마케팅 수업에서 어떤 내용을 배웠는지 물어본 적은 있습니다. 실무와 비교하면 거의 5년 정도는 뒤쳐져 있는 지루한 마케팅 이론이나 대기업 마케팅 사례 등을 배웠다고 들었습니다. 경영학과나 마케팅 수업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을 퍼포먼스 마케팅 실무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터 연봉 관련 정보
'퍼포먼스 마케터의 연봉은 얼마다'라고 딱 정리해서 말씀드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소속 회사와 개인의 경험, 연차에 따라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다만 신입은 대기업 계열 대행사에 취직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초봉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일단 일반 스타트업이나 대행사는 신입 초봉이 3,500만 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몇 년 전 처음 취업했을 때 저도 2천만 원 대 초반의 연봉을 받았습니다. 대신 6개월마다 연봉을 재협상했고, 1년 반쯤 지났을 무렵부터 대기업 초봉 수준의 연봉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신입 티를 벗은 후의 연봉은 개인의 능력, 협상 기술, 이직 등에 따라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토스나 지그재그 등 몇몇 스타트업은 이전 직장 연봉의 50% 인상을 약속하며 다양한 직군을 채용하기도 했죠. 이외에도 경력 이직 제안 메일을 받아보면 이전 직장 연봉의 몇 퍼센트 이상은 무조건 올려주겠다는 제안이 꽤 많습니다. 이처럼 일단 경력이 쌓이기 시작하면 연봉 인상률은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블라인드에서 마케터들이 각자 연봉을 댓글로 단 글을 본 적이 있는데, 3년 차에 연봉이 3천만 원대인 사람이 있는 반면, 6천만 원대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의 연봉 정보가 궁금하시다면 잡플래닛 등에서 검색해볼 수 있습니다. 다른 구인구직 사이트나 블라인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나, 그래도 잡플래닛이 연봉 관련 정보도 가장 많고 정확한 편인 것 같습니다. 외국계 회사라면 글래스도어(Glassdoor)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글래스도어에 등록된 회사의 한국 지사 내 직무별 연봉이 기재된 경우는 드물지만, 해외 지사들의 동일 직무 연봉을 보면 범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 취업 전 주의할 점
1.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은지 고민해보세요.
마케터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본인이 어떤 종류와 유형의 마케터가 되고 싶은지 시간을 들여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마케팅이라는 직무 자체에 끌리는 거라면 브랜드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CRM 마케터 등 다양한 선택지를 함께 고려할 수 있습니다. 수 많은 마케팅 직무 중에서 왜 하필 퍼포먼스 마케터가 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리고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하며 어떤 강점을 키우고 싶은지도 미리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2. 취업 후에도 꾸준히 공부해야 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각종 기술 및 툴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마케팅 중에서도 변화의 속도가 빠릅니다. 이용 중인 매체나 마케팅 자동화 툴, 성과 측정 툴의 UI가 바뀌고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데 이를 모르고 있다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업계 내에서, 주요 플랫폼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아울러 마케팅 성과를 높이기 위해 사회적, 문화적 트렌드를 항상 주시하고 이를 어떻게 캠페인에 녹여낼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3. 회사의 사탕발림에 속지 마세요.
이건 직무에 상관없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당장 연봉이 높지 않은 대신 스톡옵션을 준다는 회사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언제쯤 상장할지, 본인이 그 회사를 얼마나 오래 다닐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스톡 옵션은 별 가치가 없습니다. 상장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고, 설령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회사 내 모든 구성원들이 인생을 역전할 정도의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경우는 정말 극히 드뭅니다. 상장을 미끼 삼아 낮은 연봉으로 직원들을 착취하는 회사에 충성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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