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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 개인적으로 겪고 있는 정신질환과 증상, 치료 후기를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신의학과 진료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불안장애 진단과 치료를 받는 사람으로서, 한 번쯤 짚고 넘어가고 싶은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글에서는 제가 정신의학과를 처음으로 방문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두 곳의 병원에서 두 명의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으며 체험한 내용을 비교했습니다. 여기에서 다루는 내용은 저의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에 기반하므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경험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목차

  • 정신의학과를 첫 방문하기까지
  • 정신의학과 진료 경험 비교
  • 정신의학과 진료에 대한 생각

 

정신의학과를 첫 방문하기까지

과거에 비해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정신의학과 진료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각종 불이익이나 차별, 냉소나 조롱 등을 받을까 걱정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보다는 '정신의학과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는, 아예 선택지로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정신과 진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몸이 아프면 아픈 부위에 맞는 병원에 찾아가듯, 정신이나 마음이 아프면 정신의학과에 가야지'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정신의학과에 간다는 행위는 매우 당연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그 선택지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음을 확실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정신적, 감정적으로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저는 정신의학과에 갈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살면서 정신의학과 병원에 가본적도 없었고,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도 알지 못했습니다. 주변에 정신과를 다니는 사람도, 관련 정보도 없어서 참고할만한 데이터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음에도, 오히려 그 정도로 힘들었기 때문에 스스로 구호 요청을 할 힘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정신의학과 진료 경험정신의학과 진료 후기

 

결국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된 건 가족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방문한 덕이었습니다. 당시 극도의 불안과 우울 증상을 보이며 손을 덜덜 떨던 저를 대신해, 가족이 정신의학과 병원을 알아봐주고 예약을 해줬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진료를 받던 날에는 함께 병원을 방문해 감정적 지지대가 되어줬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참 감사한 일입니다. 

 

정신적으로 괴로울 때, '아, 내가 지금 이런이런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구나. 정신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먹어야 겠다.' 라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나 과거에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경험이 없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병원 문턱을 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용기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필요한 일입니다. 정신과에 간다는 건 결국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신의학과 진료 경험 비교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정신의학과에서는 주로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합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환자의 상태를 듣고 대화를 하며 상태에 맞는 약을 처방합니다.

 

당연히 사람에 따라 상담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처방하는 약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어떤 선생님을 만나는지가 치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신분으로 느끼는 경험도 달라집니다.

 

정신의학과 상담 진료

 

저는 두 곳의 정신의학과를 다니면서 매우 다른 진료 경험을 했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경험하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웠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래에 그 차이를 정리했습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 A (과거에 진료받음)

  • 티키타카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상담 진행
  • 질문에 대답하면 구체적 부분에 대해 후속 질문을 하는 식
  • 어떤 이야기를 하면 그에 대해 판단을 하는 코멘트를 많이 함
  • 힘든 경험, 감정 등을 이야기하면 본인의 비슷한 사례를 들려줌, 공감을 잘해줌
  • 가끔씩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 대화함
  • 상담 과정에서 자신의 태도, 신념 등을 거침없이 이야기함
  • 다른 환자들의 사례를 예시로 들어 설명하기도 함
  • 코드가 잘맞는 편이어서 즐겁게 대화할 때도 많았으나,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질 때도 있었음
  • 처방하는 약의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해줬으나, 약 이름을 알려주지는 않음
  • 그냥 노란약, 하얀 약 이런 식으로 부르며 설명해줌

 

정신의학과 전문의 B (현재 진료받는 중)

  • 기본적이고 교과서적인 질문을 함
  •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에 대해 판단을 하는 코멘트를 하지 않음, 그냥 다음 질문으로 넘어감
  • 거의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편
  • 의사 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음
  • 다른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혀 하지 않음
  • 처방약의 이름을 알려주나, 약의 효과와 부작용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음
  • 부작용을 질문하니, '(사람마다 달라서) 나타나 봐야 안다'라고 대답

 

A와 B의 스타일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어느 쪽이 낫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또한 환자의 성향과 성격에 따라서도 잘 맞는 유형이 달라질 것입니다. 어쨌든 정신과 진료를 받을 때에는 전문의의 스타일이 본인과 맞는지 파악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정신의학과 진료에 대한 생각

과거 인터넷에서 읽고 크게 공감했던 글이 있습니다. '피해자는 정신과에 가는데, 정작 가해자는 정신과에 가지 않는다'는 뉘앙스의 글이었습니다. 실제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성격도 강하고 뻔뻔해서 정신과에 가는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괴로워하며 정신과에 가고요.

 

 

정신의학과 진료

 

그럼에도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아직도 그러한 사실을 쉬쉬하거나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스스로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과정인 만큼, 조금 더 당당해져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비난이나 판단이 아닌 수용과 이해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정신의학과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낮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마치 이비인후과, 내과, 치과처럼 조금만 이상을 느껴도 간편하게 방문하고 진단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너무나 불안하고 피로하고 위험한 만큼, 누구나 정신의학과 환자가 될 잠재성이 있습니다. 온 국민이 정신의학과에서 필요한 진단을 받고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우리 사회도 더 안전해지고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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